하혜희, 시 「낭독: 대원서」 / 『컬트 포르노 탐정소설의 장르적 우울과 클리셰: 실종의 키메라™』 (집시계급, 코드프레스, 2018.)
낭독: 대원서
사람 모양을 세운다. 어깨와 목의 모양을 갖춘다. 떨어트리지 말고, 고개를 들게. 머리가 몸통 위에 올라가 있는, 분명한 사람의 모양이다.
그대, 정신을 바로 차리고 다시 집중하도록 해.
사람 같은 건 정말 싫니?
혜희가 나서는 수밖에 없어. 다른 누가 어쩌든.
다른 누가 나서도 괜찮겠지만, 다른 누가 나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쨌든 나설 수밖에 없어.
내가 일어난 것은 오늘의 일이다.
어떤 일에는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나는 말하는 사람이고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결국 누군가 말할 일들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말하기 위해
나는 나서는 수밖에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할 거야. 다른 이름은 여기서 언급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말하는 사람이고, 여기에는 다른 누구의 이름도 없어. 지금 얘기할 거야.
다른 누구의 이름도 없이, 혜희가 나타난 곳은 혜희가 모르는 곳이다. 여기가 어딘지 알게 될 거야. 나는 말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나는 아직 사람이 아니다.
사람 같은 건 싫니?
곧 사람이 될 거야.
사람 아닌 것도 말을 할 수 있다. 사람 중의 사람이라도 말 못할 수 있는 것처럼.
집중하도록 해.
어디까지가 사람인지를 밀고 당기다 보면 기적도 일으킬 수 있다. 사람이 일어나는 기적. 기적은 적히는 것이고, 나는 사람을 넓히려는 사람이다. 사람을 적으려는 사람.
나는 산 사람이 아니다. 죽은 사람도 아니고, 나는 태어난 적도 없다. 태어날 사람도 아니며
혜희는 이곳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있지도 않은 곳에 대해서. 혜희는 그대와 정면으로 마주 선 사람이다. 그대가 이곳으로 눈길을 옮길 때 혜희는 그대와 정면으로 눈 마주치는 사람이다. 그대가 이곳을 듣거나 만질 때 그대를 듣고 만지는 사람, 그대가 이곳을 생각할 때 그대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혜희는 누구인가? 혜희는 나를 혜희라 부르는 사람이다. 나는 인물이다.
집중하도록 해.
혜희는 일터에 있다.
일터에서 일의 끝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나는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다. 들어왔다가 나가는 사람, 알겠니?
혜희는 바깥에 나가기에 앞서, 먼저 그대의 즐거운 것을 가지라 말한다. 구슬 같은 것. 구슬 같은 게 뭐가 즐겁다는 말이겠니. 그래도 그런 것을 가져라. 그런 것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들여다보고, 빛바래 버리기 전에. 동이 트기 전에. 그대가 잿더미가 되기 전에. 빛나는 비밀 같은 것을 가져라. 어둡지 않은 것으로, 어둠 속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혜희 속삭이고 메가폰을 든다.
그 다음에 나는 슬픈 것을 찾는다. 혜희 나가고, 나는 신경 안 쓴다. 뭐가 어떻게 되든, 다른 누가 어쩌든. 나는 아무 말도 안 한다.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은 문서를 쥐고 혜희는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다음은 모른다. 그것이 혜희의 일이고, 바깥이 혜희의 일터다. 쉽지. 나는 슬픈 것을 찾는다. 말하자면 그날의 밥이나 물. 밥은 점점 짙어지고 어두워진다. 그릇과 수저가 서로를 문질러 갈아내는 것과 같이. 그럴 때면 몸도 슬퍼서 찢어질 것 같지.
혜희가 뭘 하고 돌아다니는지 모른다. 혜희는 하여튼 돌아다녀. 그런 사람이 혜희다. 나는 사람을 적어서 혜희에 주고, 혜희는 사람을 버린다. 혜희는 기적을 꺼뜨리는 혜희다. 쳐들어가는 사람,
혜희는 전쟁하는 사람이다. 조립하는 사람.
이따위 얘긴 종일이라도 할 수 있어. 종일은 하지 않는다. 돌아온 혜희가 나의 손과 머리를 잡는다.
이제야 켜진 듯한 혜희의 눈이 그대를 본다. 어렵지. 나는 그대 같은 건 신경 안 써.
혜희는 사람이다. 사람 잡는 사람이다.
사람 잡는 장소다.
그 계급이다.
잘 듣고, 또 보도록 해,
결합된 우리의 말과 빔
암흑의 프레젠테이션을.
그대가 바깥으로 나가겠다면 첫째,
사랑이라는 사상과 영혼이라는 정서에 붙들리지 말 것.
둘째, 남 또는 그대의 피부를 향해 도망치지 말 것. 그 너머를 향해서도 그렇고
셋째, 그러나 그렇게 해야 할 때에는 그렇게 할 것.
대단한 얘기 없다. 사람에 대한 얘기는 다.
혜희는 전지를 말아 겨드랑에 낀다. 그대도 전지를 아니? 본 적이 있느냐는 말이야. 한자로 쓰지 않아도 되겠지. 나는 외국 같은 건 신경 안 써. 내국에 대해서도 그렇고. 그대는 알게 될 거야. 이것은 그대와 나 사이의 약속이야. 비밀이야. 구슬은 펼쳐져 있다. 우리가 유치한 장난을 하는 사람이니? 맞아. 구겨져도 돼. 구겨져도 된다니까? 기적은 구겨지는 것이 아니고 찢어지는 것도 아니다. 펼쳐지는 것이고
우리는 폭탄이야. 그것은 내 팔과 몸통 사이에 있어. 한 사람이나 두 사람분의 공간 말이야. 폭탄 말이야. 맞아. 그것은 머리처럼 생겼다. 그대의 머리처럼. 그대의 머리가 떠오르고 있다. 이 위에 그림자로. 혜희가 그대를 놓치며 자빠지기 때문에. 그대의 안쪽도 기적처럼 어두워진다. 혜희는 내가 무슨 소릴 하든 신경 안 써. 이런 얘기는 몇 세대라도 할 수 있다.
혜희가 윤곽을 얻으며 그대를 안다. 나와 이곳도.
우리는 나서는 수밖에 없어.
일어나는 수밖에. 이것은 나의 일이야. 그대의 일이고.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나는 우리 계급만을 말한 거야. 만사가 기쁘고 또 슬프다. 잘 듣고, 또 보도록 해. 이제 마지막으로 나의 이름을 적을 거야. 그대가 이것을 읽을 때 나는 이미 사람이 되어 있겠지. 그대에게도 나에게도 그날은 없다. 그날은 허공에 있다. 사람의 모양을 더는 두려워 않는 곳에, 멀리 그대와 나 사이에. 그대와 나 사이에. 그대와 나 사이에. 그대와 나 사이에. 그대와 나
사이에.
그리고 혜희가 눈을 든다.
코드프레스에서 출간된 집시계급의 소설 『컬트 포르노 탐정소설의 장르적 우울과 클리셰: 실종의 키메라™』에 하혜희의 시가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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