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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관, 추천사 / 『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이현영, 2026.)
나는 교정공이다. 책이 인쇄되기 전 교정·교열·윤문을 보는 것이 내 일이다. 가끔 동종업계 친구들과 국립국어원 욕을 한다. 한국어는 왜 이 모양 이 꼴이지? 국립국어원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럼에도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창을 띄워 놓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은 국립국어원 사이트가 먹통이 되기도 한다. 접속 폭주? 한국어 월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힘내 국립국어원! 나와 같은 이들에게 국립국어원은 최후의 보루이자 최전선의 망루다. 가시처럼 알쏭달쏭한 한 글자 한 칸 앞에서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답을 구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마지막으로 국립국어원의 온라인가나다 게시판을 찾는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대격돌이 펼쳐지는 중이다. 이게 맞나요? 저게 맞나요? 잘못하면 멍하니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뭐가 옳고 그른지 반드시 결론을 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애환과 열정과 광기가 뒤섞여 일렁이고 있다. 영원히 반복되는 똑같은 물음들, 규범의 빈틈을 파고드는 절묘한 지적들, 언문의 신기원을 꿈꾸는 뇌 내 연구들… 그곳에서 가장 경이로운 신비는 그 모든 질문에 무조건 답변을 해 주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항상 그들이 궁금했다. 대체 어떤 이들일까? 그들을 보호해 줘야 하는 게 아닐까? 마침맞게 도착한 이 책은 '선생님'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손으로 쓰였다. 오늘날은 인터넷을 통해 거의 누구나 뭔가를 쓸 수 있는 시대이고, 뭔가를 써서 보이기 전에 누군가의 검사를 맡아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런 때에 스스로 서로 정확해지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선생이고 해방이다. 그것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한국어라는 폭풍 속에서 함께 허우적대는 믿음직한 동료들을 확인해 보자.